자유게시판
피자 한판 값의 힘!
- 이 글은 월드비전 2003.03~4 월 호에 실린 한비야씨의 글입니다. (한비야 씨는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있습니다.)-
오지 여행 중, 방글라데시 한 깡촌에서의 일이다. 하루는 민박하던 집 젊은 며
느리의 오른쪽 손목뼈 근처가 샛노랗게 곪아 있는 것을 보았다. 밭일을 하다 쟁
기에 긁혔는데 그 상처가 덧나서 그렇단다. 일주일을 아팠다며 손을 영영 못쓰
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이건 고름을 짜내고 마이신을 발라주면 간단히 낫지 않
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비상약품인 먹는 마이신의 캡슐을 깨서 고름을
짜낸 상처 위에 발라주었다. 다음날, 거짓말처럼 상처가 아물었다며 환하게 웃
는 모습이라니. 평소에 약을 쓰지 않아 '약발'이 받은 거였지만 하여간 몹시 기
뻤다.
그날 저녁, 동네 노인 한 분이 찾아와 이가 몹시 아프니 봐 달라고 했다. 나는
의사가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떠밀려 입안을 들여다보니 어금니 8개가 완
전히 썩어 문드러졌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러나 치과의사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진통제 한 알을 건네 주는 것 뿐. 한 시간 후, 그 할아버지가 대바
구니에 망고를 가득 채워 가지고 왔다. 몇 달만에 치통에서 벗어나 날아갈 것
같다면서. 솔직히 내 기분이 더 좋았다.
이렇게 오지 여행을 하다보면 내게는 별것이 아닌 마이신 한 알. 진통제 한 알
이, 다른 사람에게는 참으로 요긴히 쓰이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되로 주고 말
로 받는 기분! 번번이 아주 짭짤했다.
이런 기분을 요즘은 해외 아동 결연을 통해서 그대로 느끼고 있다. 나는 에티오
피아에 딸이 있다. 8살이고 이름은 제네부다. 작년 출장길에 만날 기회가 있었
다. 한 가족 4명이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3시간도 넘게 진흙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30대 부부는 나를 보자마자 덥썩 껴안고는 두 뺨을 맞대는 인사를 했는
데, 그날 아침, 나는 그 부부의 눈물로 세수를 하고 말았다. 사연인즉, 남편은
일용노동자인데 사고로 허리를 몹시 다쳤고, 부인 역시 해산을 하느라 입주 가
정부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어 하루 한끼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 설상가상으
로 태어난 아이까지 영양실조와 설사로 시름시름 앓았단다. 아무리 애를 써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비관해 다 같이 죽을 결심을 하던 차에 나와 연결
이 되었단다. 그리고 첫 번째 후원금 2만원으로 갓난아이를 병원데 데려가 살
릴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 후 내 후원금 덕분으로 제네부는 학교에 다니
게 되었고, 부인은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했던 가정부 일을 그만두고 재봉틀을
배운다고 했다.
참 신기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겨우 피자 한판 값인 2만원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한 생명를 살리고, 흩어졌던 가족을 모으고 지독한 가난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종잣돈이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남는 장사가 또 어디 있을까? 되로 주고 트럭 채로 받는 일, 선
한 마음을 담은 작은 정성은 이렇게 힘이 세다.
오지 여행 중, 방글라데시 한 깡촌에서의 일이다. 하루는 민박하던 집 젊은 며
느리의 오른쪽 손목뼈 근처가 샛노랗게 곪아 있는 것을 보았다. 밭일을 하다 쟁
기에 긁혔는데 그 상처가 덧나서 그렇단다. 일주일을 아팠다며 손을 영영 못쓰
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이건 고름을 짜내고 마이신을 발라주면 간단히 낫지 않
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비상약품인 먹는 마이신의 캡슐을 깨서 고름을
짜낸 상처 위에 발라주었다. 다음날, 거짓말처럼 상처가 아물었다며 환하게 웃
는 모습이라니. 평소에 약을 쓰지 않아 '약발'이 받은 거였지만 하여간 몹시 기
뻤다.
그날 저녁, 동네 노인 한 분이 찾아와 이가 몹시 아프니 봐 달라고 했다. 나는
의사가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떠밀려 입안을 들여다보니 어금니 8개가 완
전히 썩어 문드러졌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러나 치과의사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진통제 한 알을 건네 주는 것 뿐. 한 시간 후, 그 할아버지가 대바
구니에 망고를 가득 채워 가지고 왔다. 몇 달만에 치통에서 벗어나 날아갈 것
같다면서. 솔직히 내 기분이 더 좋았다.
이렇게 오지 여행을 하다보면 내게는 별것이 아닌 마이신 한 알. 진통제 한 알
이, 다른 사람에게는 참으로 요긴히 쓰이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되로 주고 말
로 받는 기분! 번번이 아주 짭짤했다.
이런 기분을 요즘은 해외 아동 결연을 통해서 그대로 느끼고 있다. 나는 에티오
피아에 딸이 있다. 8살이고 이름은 제네부다. 작년 출장길에 만날 기회가 있었
다. 한 가족 4명이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3시간도 넘게 진흙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30대 부부는 나를 보자마자 덥썩 껴안고는 두 뺨을 맞대는 인사를 했는
데, 그날 아침, 나는 그 부부의 눈물로 세수를 하고 말았다. 사연인즉, 남편은
일용노동자인데 사고로 허리를 몹시 다쳤고, 부인 역시 해산을 하느라 입주 가
정부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어 하루 한끼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 설상가상으
로 태어난 아이까지 영양실조와 설사로 시름시름 앓았단다. 아무리 애를 써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비관해 다 같이 죽을 결심을 하던 차에 나와 연결
이 되었단다. 그리고 첫 번째 후원금 2만원으로 갓난아이를 병원데 데려가 살
릴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 후 내 후원금 덕분으로 제네부는 학교에 다니
게 되었고, 부인은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했던 가정부 일을 그만두고 재봉틀을
배운다고 했다.
참 신기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겨우 피자 한판 값인 2만원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한 생명를 살리고, 흩어졌던 가족을 모으고 지독한 가난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종잣돈이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남는 장사가 또 어디 있을까? 되로 주고 트럭 채로 받는 일, 선
한 마음을 담은 작은 정성은 이렇게 힘이 세다.
글쓴이
윤세영
날짜
2003-03-18 13: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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