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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지미 카터(한국경제신문)

부시와 비교되는 분이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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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3-04-02 
한국경제신문 

지미 카터에게는 "대통령을 하지 말고 곧바로 전직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농담이 따라 다닌다.

대통령 시절 무능한 인물로 낙인 찍혔던 그가 퇴임 후 인권보호와 분쟁해결사,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존경받는 인물로 변신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터의 백악관생활은 실패와 시련의 연속이었다.

경제난에다 에너지 위기가 겹쳤고 이란의 인질사태를 해결하려는 그의 노력은 철저하게 외면 당했다.

재선에 도전한 카터는 결국 레이건에게 완패한 뒤 고향인 조지아로 돌아갔지만 기다리는 건 1백만달러 이상의 빚더미에 눌린 땅콩농장 뿐이었다.

이 때의 심경은 그의 회고록 '나이 드는 것의 미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사람들이 나의 부끄러운 패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회는 이제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아무 일도 해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었기에 번민이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일'을 찾아 헌신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고 나서 진정 인생의 르네상스기를 맞게 된다.

주일학교 교사를 자청하고,분쟁지역에 달려가 평화를 호소하고,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운동에 손수 망치를 들고 뛰어 들었다.

지난해 퓰리처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또 하나의 회고록 '해뜨기 전의 한 시간(An Hour Before Daylight)'은 세상에 무엇인가 도움이 될 일을 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그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는데,지금의 활동이 그 시절과 맥이 닿아 있는 듯 하다.

카터는 회고록 외에 정치 종교 등 여러 분야의 많은 저서를 남기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호박벌의 둥지(The Hornet's Nest)'를 써 오는 가을 소설가로 데뷔하면서 또 한번의 변신을 꾀한다는 소식이다.

2001년 여름 한국의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해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사다리 위에 올라 구슬땀을 흘리던 카터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의 카터는 어디에 있는지…."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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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3-04-02 17: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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